의학은 영적 실천인가?: 욥의 질문과 치유의 과정

글쓴이 최현준

치유는 설명을 넘어설 때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현대 의학은 체계화되지 않은 인간의 고통 경험을 구조화된 설명 언어로 제공하여, 이를 생물학적 근거를 둔 진단 범주로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증상에 진단 라벨을 부여하는 행위를 통해, 생의학적 언어는 환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치료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환원주의적 인과관계 프레임워크는 비교적 폐쇄적인 설명 구조를 만들어내므로, 환자의 삶이라는 맥락에서 고통의 의미에 대한 실존적 질문이나, 고통이 어떻게 환자의 정체성과 서사를 재구성하는지를 포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욥기에서 욥은 의로운 사람으로 소개되지만, 일련의 재앙을 겪으며 재물과 자녀, 건강을 모두 잃게 된다. 그의 고통에 대응하여, 세 친구가 그를 위로하고 달래기 위해 찾아온다. 욥은 자신의 상실을 한탄하며, 애초에 왜 태어났는지, 왜 태어날 때 죽지 않았는지를 묻고, 고통보다는 죽음이나 존재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표현한다. 욥의 질문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고통이 발생한 인과적 원인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 그 자체의 부조리함에 대한 실존적 절규를 구성한다. 그러나 욥의 친구들은 이러한 차원을 인식하지 못하고, 대신 죄와 보복적 정의의 틀 안에서 그의 고통을 해석하고 축소하려 시도한다. 13장에서 욥은 친구들이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자신도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자신의 질문이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그는 친구들이 제시한 설명을 거부하고 나아가 “너희는 모두 쓸모없는 의사들이다”라고 선언하며, 하나님 앞에서 직접 자신의 입장을 변론하고 싶다고 고집한다.

욥의 반박은 인과적 설명이 고통받는 이들의 질문을 다루기에 충분한 언어를 제공하는지, 아니면 그러한 탐구를 아예 성급하게 차단해 버리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나는 설명을 통해 고통을 해결하거나 억제하려는 근본적인 충동이 현대 의학에서도 발견되는지 궁금하다. 현대 의학은 그 자체의 환원주의적 틀을 통해, 때로는 환자가 제기할 수 있는 근본적으로 영적인 질문들을 적절히 다루지 못한 채 환자의 경험을 생의학적 현상으로 축소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학이 어떤 의미에서 영적 실천이라고 주장할 때, 나는 종교를 처방전처럼 내어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접근은 욥의 친구들이 했던 일을 그대로 반영할 뿐이다. 여기서 ‘영적’이라는 말은 좁은 의미의 종교적 신앙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정체성, 그리고 더 넓은 존재의 구조 안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질문들을 의미한다. 욥기의 핵심은 하나님이 욥에게 그의 고통의 원인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대신 하나님은 일련의 질문을 던지며 응답하시는데, 이는 욥이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세상의 질서를 드러내는 것이다. 욥은 설명을 얻음으로써가 아니라 초월적인 존재와의 변혁적인 만남을 통해 치유를 경험한다. 그 만남 속에서 그의 고통은 새로운 맥락으로 재구성되고, 그의 질문들은 재편되며,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맥락 안에서 의미가 드러난다.

욥과 마찬가지로, 환자들 역시 생의학적 언어만으로는 충분히 다룰 수 없는 실존적 질문들을 종종 제기한다. 만성적인 신체적 또는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깊은 불안정을 경험할 수 있다. 그들은 단순히 자신의 질병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이 이해받기를 원하며 찾아온다. 이러한 서로 다른 필요들이 혼동될 때, 우리는 그들의 경험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축소시킬 위험에 처하게 되며, 그 결과 욥이 말하는 “비참한 위로자”가 되어버린다. 만약 의학의 진정한 목표가 고통받는 이들을 전인적으로 돌보는 것이라면, 우리는 의료 행위를 단순한 기술적 전문성으로 축소하는 것을 거부하고, 대신 환자들이 실존적이며 때로는 영적인 질문들을 탐구할 수 있는 관계적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환자들이 고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바로 이 과정을 통해서만 진정한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


글쓴이 소개

최현준은 미시간 대학교 의과대학의 의대생으로, 정신의학, 특히 영성과 정신 건강의 교차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인 미국인의 정신 건강과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정신과 치료에 대한 접근성 향상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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